“교회 회원들은 가족의 삶에 출산과 육아, 결혼 등 중요한 장이 펼쳐질 때마다 성스러운 의미를 부여한다.”-더블유 브래드포드 윌콕스[1]
아무리 발전과 가능성을 지닌 현대 사회라지만, 우리는 눈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살고 있다. 어느 시대든지 나름의 맹점을 극복하는 데 힘을 쏟아야 했다. 예컨대, 고대 로마에서는 한 사람이 영향을 미치는 시간을 백 년으로 여겼다. 백 년이란, 앞서 간 두 세대를 되새기며 뒤에 올 두 세대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기간이 수명을 다해 영향력이 사라지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고민으로 새로운 백 년이 시작되면 다시금 질서가 정립되었다. 그러나 영속적인 사회에는 그보다 넓은 안목이 필요하다.
현재의 힘은 강하지만 과거와 미래의 힘도 그에 못지 않다. 가족과 신앙이란 가교는 현재에 그치지 않고 과거와 미래의 100년이 훨씬 넘는 시점까지 뻗어 나가 삶의 목적과 의미를 확장한다.
세상에 홀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형성된 관계와 의무, 책임과 얽히고설킨 채 세상에 온다. 이런 가족 관계는 사람의 세계관을 결정짓고 가치관을 확립하며 정체성을 형성한다. 또한,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 믿음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에 합류할 때 번영한다. 그리고 그 혜택은 양쪽에 모두 돌아가, 교회는 가족을 강화하고 가족은 교회를 강화한다. 가족과 신앙은 힘을 합해 옳고 그른 개념을 강화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며 삶의 고난 중에 방향을 잃은 부모와 자녀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즉, 가족과 신앙은 사람이 혼자가 되지 않도록 해준다. 가족과 신앙은 한 사람에게 국한된 책임의 범위를 넓히고 낯선 사람과 벗이 되게 한다. 그렇게 가족은 이 영적 사회적 자산을 대대손손 물려준다.
작가 메리 에버스테트(Mary Eberstadt)는 광범위한 사회 과학 연구를 종합하며 이런 역량이 얼마나 밀접하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가족과 신앙은 보이지 않는 이중 나선 구조 형태로 사회에 존재한다. 각 나선은 다른 나선과 서로 연결될 때 효과적으로 재생산을 담당할 수 있는데, 한 나선의 강도와 역량은 다른 나선에 달렸다.”[3]
이런 동반 관계는 일요일 오후 교회에서 드러난다. 에버스테트는, ‘결혼과 출산’ 등 가족으로서 겪는 의례를 치르는 것이 ‘교회에 가거나 여러 종교 활동을 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4]는 것에 관해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요인은 자녀가 부모의 종교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회학자인 더블유 브래드포드 윌콕스(W. Bradford Wilcox)는 “부모는 아이들 때문에 교회에 간다.”[5]라고 요약한다. 다음은 보편적인 상황이다. 교회에서 자란 아이들이 가정을 떠나 대학에 가면 신앙을 등지고 결혼하여 자녀가 생겨야만 교회로 돌아온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무엇을 근본 믿음으로 삼을 것이며 누구와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을지를 결정하는 일은 전혀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윌콕스는 깊은 통찰력을 보인다. “자녀가 태어나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사랑의 감정이 자극된다. 초월적인 존재를 인식하고 선한 삶에 관심을 두게 된다.”[6] 이런 것이 중요한 이유는 가족과 종교는 가장 근본적인 인간 집단이기 때문이다. 둘이 힘을 합치면 사회가 결집하지만 둘이 멀어지면 사회는 와해한다.
사람과 교회, 교회와 사람이라는 성스러운 관계 속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연결된다. 이런 지속성 덕분에 우리는 이 큰 우주 가운데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는다. 시인 웬델 베리(Wendell Berry)는 그 소망을 이렇게 표현했다. “두 연인이 결혼하여 하나가 다른 하나에, 아버지에, 아들에, 사람에 그리고 하늘과 땅에 연결되나니. 이렇게 엮이지 않으면 그 어디도 닿지 못하리.”[7]
역사가 흐르며 다양한 시기가 올 때마다 가족과 신앙의 운명은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 하겠지만, 경험에 비추건대 둘은 운명을 함께할 것이다. 하나의 운명이 길하고 흥하면 다른 하나의 운명도 같이 길하고 흥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이끄는 역사의 궤도는 백년이 무색할 만큼 길다.
[1] 더블유 브래드포드 윌콕스, “As the Family Goes”, First Things, 2007년 5월.
[2] 레미 브래그, “The Impossiblity of Secular Society”, First Things, 2013년 10월 참조.
[3] 메리 애버스태드, How the West Really Lost God, 2013년, 22쪽.
[4] 메리 에버스태드, How the West Really Lost God, 93쪽.
[5] 윌콕스, “As the Family Goes.”
[6] 윌콕스, “As the Family Goes.”
[7] 웬델 베리, Sex, Economy, Freedom, and Community, 199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