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스테이크 신갈 와드의 김규형 형제는 2019년 12월 1일 침례를 받은 신회원으로, 수년간 혈액암으로 투병하다 2022년 9월 10일에 별세했다. 그가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회원으로 산 기간은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가족과 단절된 채 힘들게 투병 생활을 했던 그의 생애 마지막 3년은 과연 행복했을까?
“지극히 작은 자 하나”
2019년 경기 스테이크 조강제 축복사는 당시 신갈 와드의 선교책임자로 일하던 박주현 형제(현재 와드 선교사)에게 가르칠 친구를 한 명 소개했다. 그는 바로 김규홍 형제로, 박 형제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심지어 20여 년 전 가족과 연을 끊게 되어 홀로 외로이 지내고 있었다.
그의 과거가 어떠했든, 현재 어떤 상황이든 상관없이 박주현 형제는 김규홍 형제를 자주 만났으며, 복음을 전했다. 박 형제는 청년 토론 선교사들과 함께 수시로 김규홍 형제를 만났다. 사회와 가족과 단절된 채 생활하던 그에게 교회 회원과 선교사와의 만남은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복음 토론 중, 김 형제는 자주 화를 내곤 했다. 타 교회에서 배운 삼위일체 등에 관한 교리를 믿었던 그는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성신이 각자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어했다. 박주현 형제는 이렇게 회상한다. “복음 토론을 할 때마다 김규홍 형제님은 저와 선교사들에게 큰소리를 치며 화를 냈습니다. 너무 자주 많이 화를 냈기 때문에 이분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요. 두 달간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갈 와드 회원들의 성역
복음 토론의 진행 여부와 상관없이 신갈 와드 회원들은 선교 책임자를 중심으로 김규홍 형제를 돌보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박주현 형제는 주 1회 장을 봐서 수시로 죽, 국, 빵 등 먹을거리를 사다 날랐다. 박주현 형제가 바쁠 때는 이민규 형제와 선교사들이 그를 돌보았으며, 일부 회원들이 푸드 박스를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조강제 축복사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신갈 와드 회원들의 성역을 통해 김규홍 형제는 크게 감동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김규홍 형제와 박주현 형제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는 교회의 사랑과 봉사에 대한 감사함이 가득하다.
“박 형제님. 나야 형제님의 호의에 맛있게 잘 먹었소만, 자꾸 빚을 져서 어찌하오?”
“하루 종일 허리 통증이 악화되어 고통이 심했어요. 염려해 주어서 감사해요.”
“따뜻한 관심과 그리스도의 뜨거운 사랑에 감사해요.”
성전을 통해 돌이킨 김규홍 형제의 마음
회복된 복음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교회와 회원들에 대한 그의 신뢰는 점점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박주현 형제는 김규홍 형제를 서울 성전에 데려가기로 했다.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운 구도자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했다. 성전에 도착하여 박 형제가 예수님 그림과 경전을 구입해 선물로 주었다. 이를 받아 든 채 그는 성전을 돌아보며, 성전의 분위기와 영을 체감하고 성전에서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성전 방문을 마치고 예정되어 있었던 길 전도 일정을 위해 급하게 돌아가는데, 김규홍 형제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박 형제, 와드로 가서, 복음 토론을 하고 싶어요.”
박 형제와 선교사들은 길 전도 일정을 취소하고, 김 형제를 데리고 신갈 와드로 향했다. 복음에 관해 배운 내용들을 다시 묻고 확인하던 그는 놀랍게도 “침례를 받고 싶어요”라고 선언했다. 박 형제는 이 경험이 자신에게 평생의 간증으로 남았다고 한다. “김규홍 형제님은 성전에서 특별한 영을 느꼈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닫혔던 마음을 열고, 회복된 복음으로 돌이키게 되었습니다.”
복음 안에서 보낸 생애 마지막 시간
2019년 12월 1일, 마침내 침례를 받은 김규홍 형제는 교회 회원으로서 복음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혈액암으로 점점 악화되는 그의 몸 상태는 어찌할 수 없었다.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교회에 참석하던 그는 점점 성찬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악화된 김 형제를 끝까지 돌본 것은 바로 신갈와드 회원들이다. 어느 날 박주현 형제가 김규홍 형제의 집을 방문했는데, 건강이 악화된 그가 대소변을 실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 형제는 형제에 대한 사랑으로 묵묵히 오물을 치우고 청소했다. 생애 마지막 시간에 김 형제가 박 형제와 신갈 와드 회원들에게 얼마나 의지했는지 역시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전신이 아파 걷는 게 너무 어려워요. 병원으로 태워줄 수 없을까요?”
“박 형제님, 경비는 내가 마련해 볼 테니 시간 내서 제주도로 여행이나 다녀와요.”
“박 형제, 내가 재산이 조금 있는데, 이거 교회가 하는 좋은 일에 쓰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좋겠어요.”
물론 박 형제는 김 형제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한때 복음을 거부하며 화를 냈던 김 형제를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요양 병원에서 마지막 투병 생활을 하던 김규홍 형제는 결국 2022년 9월 10일에 별세했다. 가족의 거부로 무연고자가 된 김 형제의 장례식도 교회의 몫이었다. 신갈 와드는 신앙의 동석자인 김규홍 형제를 위해 9월 12일에 추모 예배를 열었다.
사회와 가족과 단절된 고된 삶이었지만, 그는 생애 마지막 3년을 참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 생활했다. 이생의 마지막 시간 동안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이 역시 문자 메시지를 통해 그저 짐작해 볼 뿐이다.
“하고픈 말을 할 수 있는 친구를 둔 나는 결코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에요. 보내 준 죽을 먹고 나니 힘이 좀 생기는 것 같아요.”